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장르 : 뮤지컬 드라마
방송 채널 : SBS
방송 기간 : 2020년 8월 31일 ~
방송 시간 : 매주 월, 화 밤 9:40 ~ 10:40
연출 : 조영민
극본 : 류보리
스물아홉 경계에 선 클래식 음악 학도들의 아슬아슬 흔들리는 꿈과 사랑, 우정을 그린 뮤지컬 드라마
기획의도
살다보면 마음 속에 하나 둘씩 방이 생겨난다. 방 하나에 추억과 방 하나에 사랑과 방 하나에 미련과 방 하나에 눈물이있다. 그러나 하나하나의 방에 가득한 그 마음들을 마주하고 견뎌낼 자신이 없어서 마구마구 욱여넣고 방문을 닫아버리면 언젠가는 툭, 하고 터지듯 열려버리는 날이 오고야 만다. 그리하여 이것은, 내 마음 속 방에 미련과 애증과 연민과 눈물의 마음들을 차곡차곡 잘 담아서, 그 동안 고마웠어, 잘 지내, 하고 속삭여주고, 문을 잘 닫아주는 이야기.
다시 말해 이것은, 지난 날의 사랑과 지난 날의 사람에게 안녕을 고하는 이야기고, 그렇게 천천히 정을 떼고 내일을 향해 씩씩하게 걸어나가는 이야기기도 하며, 지금은 애달파하며 아파할지라도 언젠가 문득 생각이 나면, 그 때는 용기내어 다시 열어 들여다보고 웃으며 추억할 수 있을, 그리고 또다시 잘 넣어놓을 수 있을, 그러나 나도 모르게 눈물이 조금 날지도 모르는 그런 이야기다.
등장 인물
채송아 (박은빈)
서령대 경영학과에 다니면서 4수를 한 끝에 같은 대학 음대에 신입생으로 입학한 늦깎이 4학년 학생이다. 이름의 발음 탓에 “채송아입니다”하면 “죄송합니다”로 들리는 오해를 사긴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까지 소심하진 않다. 음대에 가겠다고 한 것 말곤 평생 사고 한번 안 쳐본 모범생. 음대 진학을 강하게 반대했던 부모가 내건 조건인 서령대 음대 입학을 결국 이뤄냈을 만큼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면도 있다. 그러나 과외로 레슨비를 벌어가며 악바리처럼 살았음에도 여러 번 입시에 실패하는 동안, 그리고 그 끝에 겨우 입학해낸 음대에서 4년을 보내는 동안 송아는 난다긴다하는 재능의 어린 과동기들에 치여 말수도 적어지고 주눅이 들어 있다. 그리고 점점 겁이 많아진 것도 사실. 태어나서 아마도 가장 큰 용기를 냈던 음대 진학 결정 후 지금까지 인생이 그닥 잘 풀리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두 번째 졸업(과 서른 살)을 코 앞에 둔 지금의 송아는, 대혼돈과 불안함의 시기를 지낸다.
음대에 가겠다 했을 때 유일하게 처음부터 지지해줬던 사람이 동윤이었다. 그 때부터였을 것이다, 동윤을 좋아하게 된 것은. 그러나 그는 제일 친한 친구 민성의 전 남자친구고, 민성이 아직 동윤을 좋아하는 것을 아는 송아는 혼자 마음앓이를 할 뿐이다. 실수로라도 마음을 내보일까봐 다른 사람들, 특히 동윤이나 민성과는 술을 마시지 않게 되었고, 언제부턴가 동윤을 ‘윤사장’이라 부르며 애써 거리를 두려 한다. 그러니 동윤이 민성의 전 남친이 아니라 하더라도 송아는 동윤과 뭘 어찌해볼 생각은 꿈도 꾸지 않는다. 지금도 동아리 졸업생(OB)모임은 송아에겐 유일하고 소중한 안식처인데, 혹시라도 동윤에게 고백했다가, 아니면 혹시 잘되어 둘이 만났다가 혹시라도 잘못되면...그 후엔 어쩌나. 동윤을 무척 좋아하지만 그런 걱정도 크다. 그래서, 동윤을 보며 혼자 마음 저려하면서도, 그저 언젠간 이 열병도 지나가겠거니 기다릴 뿐이다. 한국 최고의 명문 음대답게 4학년 여름방학을 앞두고 동기들은 모두 유학이다 대학원이다, 하며 졸업 후를 준비하는데, 송아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부모님과 대형로펌 변호사인 언니의 잔소리는 계속 되고, 아등바등 해봐도 4년 내내 실기성적이 최하위권이었던 송아는 여기까지가 한계인 건 아닐까 불안하다. 진로 문제와 짝사랑으로 머리가 아픈 스물아홉 살의 여름이 어떤 의미로 남게 될지, 두 번째로 맞는 대학 4학년 1학기가 종강하던 날의 송아는 아직 알지 못했다. 그 날 송아는 준영의 피아노 연주를 처음 들었고, 눈물이 났다.
박준영 (김민재)
2013년 한국인 최초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에 입상한 유명 피아니스트로 잘 생겼다. 실력보다 외모 때문에 인기가 있다는 오해를 자주 살 만큼 훤칠하다. 다정하다. 타고난 성정이 그렇다. 늘 자신보다 남이 먼저다. 자신이 마음 아프고 슬픈 것보다도, 남의 마음과 기분을 먼저 살피고 자신의 속내를 감춘다. 지금껏 그렇게만 살아와서, 어떻게 하면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고 추구하며 살 수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아니 그 전에,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한다. 평생 뭘 많이 가져본 적이 없어 그런지, 뭘 갖고 싶다, 가져야겠다고 욕심내 본 적도 없다. 뭔가를, 누군가를 ‘갖고’싶어 하는 것 자체가 준영에게는 낯선 감정이다.
어릴 적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 속에 어렵게 한국예중에 진학했지만, 성격 무른 아버지가 계속해서 보증을 서는 바람에 결국 피아노를 그만 둘 결심을 해야 했다. 그 때, 기적이 찾아왔다. 그즈음 경후그룹에서 설립한 문화재단의 1기 장학생으로 선발된 것. 준영은 피아노를 계속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러나 준영은 자신의 행복이 곧 다른 누군가의 불행의 값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준영의 장학금은 경후그룹의 당시 회장이었던 문숙이 외동딸을 사고로 잃고 받은 보상금에서 나온 돈이었고, 문숙에겐 외손녀, 그러니까 엄마를 잃은 여자아이가 있었다. 미국 줄리어드에서 바이올린 천재소녀라 불리던 아이, 이정경.
엄마를 잃고 같은 반으로 전학 온 정경에게 준영은 손을 내밀었다. 우리, 친구 하자. 그 돈을 받는 대신, 이렇게 해서라도 마음이 좀 편해지고 싶었다. 정경을 생각하며 슈만의 <어린이의 정경> 중 한 곡인 ‘트로이메라이’를 치는 것이 하루를 여는 의식같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그 곡을 연주하면 밤새 정경을 향해 가득 차올랐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비워낼 수 있었다. 이 마음은 우정일까, 연민일까, 부채감일까?
쇼팽 콩쿠르 입상 이후 7년간 세계를 떠돌며 매주 2,3회씩 무대에 섰다. 그러다 지쳐 1년 간의 안식년을 갖기로 했고, 뉴욕에서 마지막 연주를 했다. 뉴욕, 정경이 공부하고 있는 곳. 그 날 준영은 깨달았다. 자신이 정경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는 결심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마음을 지우기로. 문숙과, 정경의 돌아가신 어머니와, 정경을 오랫동안 마음에 두고 있는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 현호를 생각하면, 그런 마음을 품을 수는 없다. 그렇기에 준영은 정경을 향한 마음의 상징인 트로이메라이도 더 이상 치지 않기로 결심한다. 그 때, 한 여자를 만나게 된다. 준영이 연주한 트로이메라이가 그 어떤 곡보다도 가슴을 울렸다는 한 여자를.
한현호 (김성철)
늘 웃고 긍정적이다. 소박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사랑과 애정으로 가득한 유년을 보냈다. 자신이 사람들을 사랑하는 만큼 상대방 역시 그러리라는 믿음을 갖고 있어서, 자신의 마음을 투명하리만치 드러내 보이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바닥에 단단히 핀을 박고 연주하는 첼로처럼, 현호는 늘 준영과 정경에게 듬직한 기둥이 되어주는 존재다. 예술중학교 시절부터 친구인 경후그룹 외손녀인 정경과 소위 ‘월드클래스’가 되어버린 준영에 비하면 ‘서령대 첼로 전공 수석 입학, 수석 졸업’ 이라는 현호의 스펙은 평범한 수준이지만 자격지심 같은 것은 전무하다. 친구들은 친구들대로, 현호는 현호대로 각자에게 주어진 것이 다르다는 것을 안다. 남이 가진 것을 바라보는 대신 자신이 지금 가진 작은 행복들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현호. 밝고 구김살 없는 천진한 성격 때문에 때론 단순하다는 말도 듣지만, 복잡하게 살아서 좋을 건 또 뭔가.
사랑에 있어서도 현호는 언제나 현호답다. 예술중학교로 전학 온 정경을 처음 봤을 때, 한 눈에 반했고 그 후로 쭉 기다렸다. 대학졸업 후 같은 미국 땅이긴 해도 서로 다른 주의 학교로 유학을 가며 처음으로 정경과 떨어져 있게 되었지만, 그래도 기다렸다. 열 다섯 살 소년이던 날부터 지금까지 현호의 사랑은 기다림의 시간들로 채워져 있었지만 사랑은 조금도 덜해지지 않았다. 정경에게 쩔쩔매는 것은 정경의 배경 때문이 아니라 바로 그 사랑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현호가 그토록 기다려온 시간이 시작되려 한다. 꿈꾸던 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역시 공부를 마친 정경과 함께 귀국하며 비로소 같은 하늘 아래 있을 수 있게 된 것. 현호는 설렘으로 부푼 가슴을 안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 때는 몰랐다. 자신은 모든 순간 온 힘을 다해 첼로를 사랑했고 모든 순간 온 마음을 다해 정경을 사랑하고 기다려왔기에, 당연히 그 사랑을 온전히 돌려받을 거라 믿어왔다. 그러나 자신과 비슷하거나 더 나은 커리어의 첼리스트는 이미 많았고, 정경을 사랑하는 다른 한 사람이...나의 가장 친한 친구라는 것을, 귀국 비행기에 오르던 순간의 현호는 아직 몰랐다.
이정경 (박지현)
재계 순위 15위인 경후그룹 나문숙 명예회장의 외손녀이자 현 그룹 회장인 성근의 외동딸로 피아노를 전공했던 엄마의 영향으로 어려서 바이올린을 시작했고, 신동 소리를 들으며 줄리어드의 전설적인 교수에게 픽업되어 도미, 어린 나이에 국제 무대에 데뷔했다. 그러나 그 직후 엄마가 사고로 사망했다. 그것도 ‘하필이면’ 정경의 생일에. 그 후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예중에 편입,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쭉 한국에서 살았다. 한국에 돌아온 이후 예중예고를 거쳐 국내 최고라는 서령대 음대를 다니는 동안에도 늘 1등이었지만 신동으로 각광받던 어린 시절에 비해서는 평범해졌다. 정경도 그것을 안다.
준영이 콩쿠르를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쉬지 않고 나가는 이유는 오직 상금으로 집안의 빚을 갚기 위해, 그리고 경후문화재단의 후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란 걸 정경은 알고 있었다. 준영이 그렇게 큰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이상의 욕심이 없는 게 답답했다. 넌 그 재능을 왜 남들에게 보이질 않니. 난... 이제 더 꺼내보일 재능도 없는데, 넌 왜 그 이상을 욕심내지 않는 거니. 참을 수가 없었다. 결국 정경은 준영을 쇼팽 콩쿠르에 나가게 잡아 끌었다. 그리고 준영의 수상 소식에, 진심으로 기뻐했다. 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받은 준영이 세계를 무대로 연주 투어를 다니기 시작하자 정경은 정말 기뻤다. 일 년에 한번 얼굴 보기도 힘들어졌지만 괜찮았다. 세상 사람들이 준영을 사랑해주는 것이 정말로 기뻤다.
그러나 그 후로부터 몇 년이 지난 얼마 전, 준영의 뉴욕 독주회에서 정경은 그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준영은 정경도 잠깐 발을 디뎌봤던 그 곳에, 지금은 절대 다시 들어갈 수 없는 그 곳에, 그 한가운데에 있었다. 정경은 준영을 흔들어보고 싶고, 힘들게 만들고 싶었다. 자신이 너무나도 하찮고 무력하게 느껴져서, 그에게 자신이 아무 것도 아니진 않다는 걸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고 아주 잠깐이지만, 혼란스러워하는 준영의 얼굴을 보며 유치한 승리감을 느꼈다. 그러나 그것도 아주 잠시 뿐, 정경은 자신의 마음에 파장이 일기 시작한 것을 깨닫는다.
윤동윤 (이유진)
송아의 친구이자 바이올린 선생님으로 지금은 예술의전당 근처에 ‘윤 스트링스 Yoon’s Strings’라는 작은 공방을 열어 현악기 수리와 제작을 하고 있다. 준영, 정경, 현호와는 중-고-대학교 동창. 송아와는 서령대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스루포) 동기이다. 한국예중-예고를 나와 서령대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했는데 음대의 전공 공부보다 타과생들이 모인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동아리 활동을 좋아했다. 음대생인데도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동아리에 든 것은, 음악을 연주하는 순수한 열정과 즐거움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였다. 동아리 부회장을 했고, 제대 후에 바이올린 수리/제작으로 진로를 틀었다.
자신은 그만두었을지언정 경영대생 송아가 난데없이 바이올린을 전공하겠다 했을 때는 지지해주었다. 왜냐면, 하고싶은 건 해봐야 후회가 덜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 해도 후회하고 안해도 후회할 거면, 해보고 후회하자는 주의. 송아의 주변인들 중 유일하게 처음부터 송아의 결정을 지지했고, 그래서 송아가 음대 입시를 수 년간 준비하는 내내 레슨 선생님 역할도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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